Search

사고 (Thinking)

Status
2023/09/12

Dialogue

Introducing Poe Bidau

Y: Poe Bidau 라는 모임의 이름은 “신의 탑”에 나오는 10가문 중 책과 사고를 좋아하는 가문인 “포 비더(Poe Bidau)” 가문에서 따온 거에요.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일하고, 도전하고 계시는 상황이니만큼, 이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무언가를 이 모임만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최대한 부담없이 Stateless하게 진행되는 동시에 FOMO를 주는 모임의 형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정하는 것보다는 의미있는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와 관련있어 보이는 어떤 책이나 아티클이든 상관없이 읽고, 인상깊었던 구절들을 나누면서 서로의 생각위에 생각을 쌓아 나아가는 방식이 더 의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하면 너무나 바빠서 한두 분이 책을 미처 읽지 못했더라도, 아주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환기하거나, 다른 분들의 나눔 위에 내 의견을 얹으면서 얻어갈 것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준비를 좀 해보았고, 너무 발산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야기가 새지만 않는다면 최대한 모더레이팅 없이 진행해 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사고의 본질

Y:
최근에 사고의 본질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사고와 추론, 그리고 충돌에 대한 가치를 최근에 좀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음. 사고(Thinking)이 사고(Accident)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이 되어서 꽤 재밌었음.
사고라는 것을 예전에는 논리적으로 잘 구축되어 있고, 잘 짜여진 완성된 흐름을 따라가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사고를 확률 게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음.
하나의 생각을 통해 환기된 다른 생각. 그리고 그것들의 연쇄. 이것이 사고라면, 내가 길러야 하는 사고는 어떤 하나에서 다른 하나를 환기시키는 능력, 그리고 다른 하나의 생각으로부터 지금 이 생각을 환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음.
H:
이야기를 듣다보니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의 이야기가 떠올랐음.
아이히만은 유대인 대형 학살의 선봉장으로 불리는 사람인데, 알고보니 이 사람은 그냥 시키는 대로 한 사람이었고, 너무 평범한 사람이라는 결과가 나왔음.
아이히만은 나치들이 만든 몇 가지 표면적인 언어들을 보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 그 외의 것들을 생각하거나 연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사람은 그냥 명령을 따랐을 뿐,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이 사람이 악한 것은 아니다로 해석할 수도 있음.
즉, 추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표면적인 언어를 보고 다른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임.
사고의 관점에서 구체에서 추상을 오가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아이히만의 사례에서 이 사람이 정말로 “사고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음.
M:
추론과 연상 이야기가 나와서 여기에 이야기를 얹어보자면, 2가지의 스펙트럼이 있을 것 같음.
학습이 가장 빠르게 일어나는 상황은 추상과 구체를 계속 오가면서 반복하는 상황임.
페어 코딩을 예시로 들어보면, 두 명이 같이 모니터를 보고 이야기를 하는데, 코드 한줄 한줄은 구체(concrete)인데, 이걸 가지고 “이건 왜 여기에 이렇게 쓴거야?”라고 질문하고, 이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추상화를 하게 된다. 이 기능 다음에는 이 기능이 붙어야 되고, 이 기능은 분리되어야 해. 이렇게 대답하는 순간 이 한줄의 구체적인 코드가 추상화가 돼서 개념으로 와닿는 것임.
따라서 대화는 추상과 구체를 오가는 매우 좋은 수단이고, 이럴 때 좋은 학습이 일어난다고 생각함.
U: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라는 책을 읽었는데 사고는 아니지만, 아이디어 생성 관점에서의 충돌의 중요성을 이야기함.
아이디어의 탄생을 생명의 탄생에 빗대어 설명하는게 되게 재밌었는데, 생명이 무기물 → 유기물 → 단세포 동물… 이렇게 거치면서 넘어왔는데, 여기서 굉장히 중요했던 게 탄소와 물이었음.
탄소는 다른 많은 원소들과 결합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물은 이동할 수 있는 매개와 용해가능하다는 특성을 지님.
물안에 탄소와 다른 것들이 용해되어 이리 충돌하고 저리 충돌하면서 생명이 탄생할 수 있었는데, 사고의 탄생도 이와 같다고 느낌.
사회도 마찬가지로 유동성이 있는 사회. 그래서 사고가 이렇게 흐를 수 있는 사회가 물의 성질을 가진 사회에 해당하는 것. 그리고 결속력 있는 탄소 원자 같은 사람들이 많은 사회.
하나의 사회가 탄소나 물의 성질을 모두 갖게 된다면, 새로운 사고들, 확률 게임들이 매우매우 잘 일어날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 같고, 이것이 펭귄 크루가 원하는 집단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음.
M:
사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Y:
사고는 컨텍스트와 앞뒤에 맥락이 주어지느냐에 따라서 내 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의 형태들이 환기되어 거쳐져서 나오는 것.
그래서 똑같은 질문이라도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대답이 달라지고, 상황이 거의 유사하더라도 질문 할 때마다 대답이 달라진다고 생각함.
M:
그렇다면 사고가 아닌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Y:
사고가 아닌 건 좀 명확하다고 생각함
Map이라는 자료구조 처럼, 혹은 Dictionary처럼 키나 질의를 주면 그 키나 질의에 해당하는 값이 딱딱 나오는것. 이것은 내가 생각하기에 사고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것 같다의 느낌이 좀 나오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나에게 1+1에 대한 답을 물어보는 것은 내 기준에서는 사고하는 것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방금 질문처럼 사고가 아닌 게 무엇인가? 라고 하는 거는 지금 이 컨텍스트가 지금 우리가 이 사고(Thinking)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그런 대답이 나온 거고, 만약 교통사고 현장 앞에서 물어봤으면 완전히 다른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
YE:
나는 오히려 조금 반대로 방향성이 있는게 조금 더 사고에 가깝다고 생각함.
어떤 목적을 가지고 답을 찾아내려고 하는게 사고에 가깝고, 그냥 Randomness가 풍부한 어떤 개념의 흐름은 의식과 가깝다는 생각도 듬.
사고의 본질은 좋은 답을 내리기 위해서 생각을 하는 흐름 방향성이라고 생각함

두 번째 이야기, 당신의 성취는 실력인가? 운인가?

M:
사고력 = 실력이라고 했을때, 나의 실력이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고민을 최근에 하고 있어서 이를 다룬 “블러핑” 이라는 책을 읽었음. 이에 대해서 재밌는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블랙 스완”의 나심 탈레브가 있고, “제로 투 원”의 피터 틸이 있음.
나심 탈레브는 인생은 확률 게임이라서 너가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의 거의 대부분은 운일 거야라고 하는 스펙트럼에 있는 사람임. 정반대는 피터 틸과 일론 머스크 계열의 사람이라고 생각함.
둘중 어느 쪽이 맞는가 틀린가를 논하기가 사실 어려운 것이, 어떤 필드에서 게임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함. 이를테면 치과의사와 스타트업 창업자를 예시로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치과의사는 사실 불확실성이 비교적으로 적은 사람임. 이 경우 경험이 쌓여서 손의 예민한 감각이 살아있으면 그것이 곧 실력이 됨. 하지만 스타트업, 특히 B2C 비즈니스는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나의 성취가 온전히 실력에서 기인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음.
따라서 실력을 논할 때 혹은 사고력을 논할 때 그 상황이 얼마나 불확실한가에 대해서 인지를 하고 판단을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음.
Y:
불확실성이 큰 필드에서는 “좋은 옵션”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듬. 옵션을 획득하는 비용보다 이 옵션을 행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비대칭적으로 크다면, 불확실성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도구를 갖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음.
탈레스와 올리브 압착기의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좋은 옵션을 가지고 있다면,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 너무 많이 알 필요가 없고, 너무 자주 맞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임.

Reference

생각의 탄생
사고의 본질
생각에 관한 생각
블러핑
안티프래질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제로 투 원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스킨 인더 게임
이너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