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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Trust)

Status
2023/09/26

Dialogue

신뢰란 무엇일까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Referral 제도를 갖고 있고, 이 Referral 제도의 핵심은 “신뢰”임. 회사에서 신뢰받고 있는 사람이 추천한 인재는 어느 정도의 상향 가중치를 갖고 평가가 들어가게 되는 것 같음. 그리고 여기에서 여러 단계에 걸친 신뢰의 고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은 회사에 대한 나의 신뢰, 그리고 나의 추천인에 대한 신뢰, 그리고 그를 사용해서 추론된 회사의 추천인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는 인과 고리를 의미함.
그러다 보니 회사가 나를 “신뢰” 한다는 것과 내가 나의 추천인을 “신뢰” 한다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고, 이 신뢰는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떻게 무너지는가에 대한 고민도 같이 하게 되었음.

신뢰의 개념

신뢰는 쉽게 말해서 어떤 변수 xx가 있을 때, 그 변수에 대해 내가 기대하는 결과 f(x)f(x) 와 실제 결과 g(x)g(x)의 차이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의미하는 것 같음.
쉽게 말해서 “예측 가능성”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음.
이러한 예측가능성을 신뢰로 정의할 때, 이러한 정의에 의하면 어떤 대상을 오래 보거나, 경험이 쌓이면 신뢰가 생기는 것도, 이 사람에 대한 내 기댓값과, 실제 이 사람들이 보여주는 모습들의 차이가 점점 작아지면서 일종의 Regression의 형태를 띄기 때문임. 따라서 무조건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다고 신뢰가 생기는 것은 아닌 것 같음. 이 사람과 쌓은 오랜 세월들이나 경험들이 무작위적인 형태로 나타난다면 이 사람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획득하기가 어렵고, 그에 따라 신뢰가 형성되기 어렵다고 봄.

자기 신뢰에 대하여

일론 머스크의 전기 초반을 보면, 자신이 얼마나 아버지로부터 관심받고 신뢰받지 못하고 자랐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쭉 나온다. 읽다보니 들었던 생각은 “타인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한다는게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라는 점이었다.
타인으로부터 기대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스스로에 대한 기대로 풀어나간 케이스가 일론 머스크인 것 같은데, 그것이 스스로의 행동 반경에 대한 제약을 풀어놓았고, 이를 바탕으로 이것저것 시도하고 살아남으면서 찍어둔 여러 데이터 포인트들이 본인에 대한 신뢰로 나타났다는 것이 골자다.
비슷하게 랄프 왈도 에머슨의 “자기 신뢰” 라는 책에도 자기 신뢰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이를테면 나 한 사람의 주장에 대해 다른 5명의 사람들이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쌓아둔 데이터 포인트들이 이 5명의 사람들의 의견을 능가할 만큼 많다면, 다수결에 의해 나 한 사람의 주장을 관철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형태의 자기 신뢰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고찰하는 시간들이 많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형태의 자기 신뢰는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고집이나 아집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자기 신뢰에는 피드백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도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더더욱 스스로 생각하고 고찰하는 시간들이 많아야 할 것 같다.

자산으로서의 신뢰

사실 “사피엔스”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듯, 현대 자본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핵심 줄기가 “신뢰”임. 현대의 화폐 시스템은 신뢰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를테면 우리가 달러로 거의 모든 물건들의 대금을 지불할 수 있는 이유는 “미국이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즉 신뢰에 기반하고 있다.
달러에서 이어져 나오는 한 결의 생각인데, 사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이라는 생각의 틀을 한번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무엇까지 자산이냐라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사고와 행동이 많이 달라진다. 이를테면 “부채”라는 항목을 자산에 넣는 순간, 우리의 구매력이나 투자 포인트들이 달라지며, “신뢰” 라는 항목도 이렇게 자산이라는 항목에 넣을 수 있다. 심지어 신뢰라는 항목은 때때로 환전 가능하다.
신뢰를 자산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이어지는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가, “자산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다른 자산의 신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위에서 Referral System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했었는데, A가 B를 신뢰한다는 사실이 B의 신뢰 자산이라고 한다면, C가 A를 신뢰한다는 사실은 B의 자산을 증폭시켜주는 복리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를 잘 사용하면 레버리지나 파생상품, 아비트라지등등 재미있는 거래 시스템을 제안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으로 우리가 이런 위험한 신뢰 자산 시스템이 말려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신뢰구간”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해질 것 같다.

신뢰 구간에 대한 이야기

어떤 사람은 신뢰 구간이 넓고, 어떤 사람은 좁다. 신뢰 구간이 넓은 사람들은 위에서 이야기한 파생상품이나 옵션 거래들에 휘말릴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신뢰 구간은 한 개인에게서도 특정 상황이나 Context, 도메인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사랑에 대해서는 매우 넓은 신뢰 구간을 가진 사람이 사업에 대해서는 매우 좁은 신뢰 구간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안티프래질 적인 관점에서 신뢰를 성급히 주는 것은 항상 경계해야 하며, 이에 대한 기회 비용을 늘 생각해야 하겠다.

Quotes

자기 신뢰 - 랄프 왈도 에머슨
위대한 예술 작품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감동적인 교훈은 이것이다. 다른 무수한 목소리가 반대 의견을 낼지라도, 점잖으면서도 굳건한 자세로 자신의 자발적인 느낌을 더 소중하게 믿고 그 작품들이 웅변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내일 어떤 낯선 사람이 우리가 늘 생각하고 느꼈던 바로 그것을 아주 그럴듯하게 말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그 타인에게서 우리 생각을 받아들여야 하는 부끄러운 상태가 된다 인간 내부에 깃든 힘은 본래 새롭다. 그 새로움 때문에 인간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예상하지 못하는데, 직접 뭔가를 해보아야만 비로소 자기 능력을 알게 된다 당신은 왜 자꾸만 어깨너머 뒤쪽을 돌아다보는가? 왜 기억이라는 시체를 무겁게 끌고 다니는가? 당신이 이런저런 공공장소에서 했던 말들과 모순되지 않기 위해? 당신이 모순되는 말이나 행동을 했다고 치자. 그게 어떻다는 말인가? 순전히 과거를 기억하는 일에서조차 기억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천 개의 눈을 가진 현재로 과거를 끌어내 재판을 받게 하고 언제나 새로운 날을 맞이하며 살아가는 것이 지혜의 법칙이다 반면에 위인의 성품과 실재는 우리에게 어떤 것도 연상시키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피조물을 대신한다. 위대한 인간은 너무나 위대하여 주변의 모든 상황을 하찮은 것으로 만든다. 모든 진정한 인간은 하나의 대의(大義), 하나의 국가, 하나의 시대가 된다.
룬샷 - 샤피 바칼
가장 중요한 획기적 돌파구가 마련되었을 때 중앙 권력이 거기에 각종 수단과 돈을 쏟아부으며 레드 카펫을 깔고 팡파르를 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획기적 아이디어는 놀랄 만큼 위태로운 처지에 있다. 회의주의와 불확실성이라는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부서지고 방치되기 십상이다 ‘똑같은’ 사람이 어느 맥락에서는 프로젝트를 무산시키는 보수주의자가 되고, 다른 맥락에서는 깃발을 휘두르며 달려가는 혁신가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비즈니스에서는 미스터리일 수 있는 행동 변화가 물리학에서는 상전이라는 괴상한 행동 패턴의 핵심을 이룬다 얼음 덩어리 위에 물 분자를 하나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까? 얼어붙는다. 똑같은 물 분자를 수영장에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까? 다른 물 분자에 섞여버린다.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리더들은 많은 시간을 들여 혁신을 역설한다. 하지만 온도가 떨어지고 있는데, 분자 하나가 절박하게 애쓴다고 해서 주변 분자가 얼음이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구조의 작은 변화는 강철도 녹일 수 있다.
기업 내부에서건, 어느 산업 내부에서건, 룬샷 배양소가 번창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1.
상분리: 룬샷 그룹과 프랜차이즈 그룹을 분리한다.
2.
동적평형: 양 그룹 간에 막힘없는 교환이 오간다.
3.
임계질량: 룬샷 그룹이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크다.
룬샷은, 대부분의 과학자나 사업가가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혹은 성공하더라도 돈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나 프로젝트를 말한다. 룬샷은 기존 상식에 도전한다. 반면 어떤 변화가 ‘파괴적’인지 아닌지는 어떤 발명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기준으로 얘기하는 것이다. 사업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지금 우리가 혁신적이라고 생각하는 수많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처음에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시작했다. 그것들을 키우고 옹호한 사람들은 최종 시장이 이런 모습이 될 줄은 전혀 알지 못했다. 빠르게 진화하는 시장에서 초기 단계의 프로젝트는 마치 토네이도에 휩쓸린 나뭇잎과 같다. 그 이파리가 결국 어디에 가서 내려앉을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사피엔스
화폐, 돈은 교역과 부의 저장을 편리하게 해준다. 낯선 사람들끼리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내미는 돈은 신뢰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돈을 신뢰할수록 그 돈의 힘은 더욱 강해진다. 신뢰가 돈을 만들고 돈이 신뢰를 만든다. 물론 세상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 하지만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의 경계는 상황에 따라 흔들리기도 한다. 빵집 차리는데 10억이 든다 하면, 신용이 없는 세상에서는 내가 10억을 벌고, 그 다음 빵집을 차려야 한다. 2호점을 차리려면 10억을 또 벌어야 한다. 하지만 신용이 있는 세상에서는 먼저 대출을 받아 빵집을 차리고, 빵집에서 번 돈으로 갚으면 또 새 빵집을 대출받아 차리면 된다. 은행에는 10억이 있더라도, 이 10억이 계속 순환하면서 30억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경제의 무한한 팽창이 가능하다.
호암자전
사업 진행 과정에서는 '의인물용, 용인물의(疑人勿用, 用人勿疑)' 원칙을 철저히 지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수들이 모든 사업 과정에 본인이 개입해 업무를 진행하는 반면에 최고수 기업인들은 여지 없이 다른 사람에게 일을 믿고 맡기고 시스템이 일을 처리하도록 만든다. 이병철 회장님의 경우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믿지 못하는 사람은 아예 쓰지를 않고, 쓰기로 결정한 사람은 믿고 큰 일을 모두 맡기는 위임 경영을 잘 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은 빠른 속도로, 그리고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본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분명하지만 시스템이 할 수 있는 일은 무한하므로. 위임 경영의 포인트는 시대 흐름과 사업을 보는 눈이고, 무엇보다 사람을 보는 눈을 갖추어야 한다. 사람을 등용하는 것, 그리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기업 경영 최고의 난이도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분명 이병철 회장님의 용인술이 뛰어났음을 증명한다.

Reference

일론 머스크
호암자전
룬샷
원칙
사피엔스
자기 신뢰
스킨 인더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