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낭만 (Romance)

Status
2023/10/10

Dialogue

인지 혁명

“사피엔스”의 초반부에서 인지혁명에 대해 다루는데 인지혁명으로 인해 사피엔스가 지난 1만년간 살아남은 유일한 인간 종이 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음.
인지혁명의 특징 중 하나는 “상상 속의 허구를 말하고 믿게 되는 능력임” 이를 기반으로 사람들은 존재가 아닌 여러 가설들을 만들어내고 신념 체계를 만들고, 가치 체계를 만들어 대규모의 개체가 한 가지 목적을 위해서 달려나갈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만들었음.
우리가 무엇인가를 “추론”하고 “가정”할 수 있는 이유도 이러한 인지혁명으로부터 기반된 이야기를 만들고 믿는 능력에 기반함

농업 혁명

“사피엔스”에서는 농업 혁명은 사기였다고 이야기함.
농업혁명을 통해서 우리 종의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을 번성이라고 한다면, 농업혁명이 인류를 번성하게 한 것은 맞음.
그러나 특정한 지역에서 특정한 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방식은 병충해로부터 그 생산을 취약하게 만들었고, 너무 많은 인구들을 한곳에 밀집시켜 대규모 전염병도 초래했으며, 결정적으로 정착 생활을 하고 가축들과 같이 살다보니 수렵채집 때보다 제한된 영양분을 섭취하게 되고 건강도 안좋아짐.
또 한가지 재밌는 관점은 농업혁명이 발생한 것은 “우연”에 의한 것이었겠지만, 이 사건을 통해 흘러간 지금 이 사건은 “영속화”가 되었음. 그래서 이제는 다시 농업혁명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

진화론적 선택은 최적의 선택인가

개인적으로 농업혁명이 실제로 인류의 삶을 유익하게 했는지 잘 모르겠음.
인간은 욕망에 의해 움직이는 동물이고, 큰 그림을 보고 전체 그림에 대해 이로운 방향으로 행동하기보다는 인지될 수 있고 파악될 수 있는 맥락 안에서 이익을 최대화 하는 방향으로 선택하게 됨. 그래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효율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점진적 개선을 통해 진화해 왔다고 느낌
실제로 “눈”도 그런 방식으로 진화되었음.
눈을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기관”으로 해석한다면 카메라 렌즈를 앞에 두고, 뒤로 전선을 빼는 구조로 처음부터 설계해야 했을 것임. 그러나 우리의 눈은 그렇게 생기지 않았음. 렌즈 위를 신경 다발이 덮고 있고, 이 신경다발을 뒤로 빼야 하니까 그걸 뺄 곳을 만들어야 했음. 그래서 “맹점”이 생김.
화장실을 다 만든 다음에 전선을 넣어야 할 곳을 설계하는 것을 빼먹었다면 이 경우 보통 다 뜯어내고 다시 만든다기 보다는 일부분만 개선하는 식으로 Local Optima를 향해 달려가는 경우가 많음.
오래 살아남은 것은 강건하므로 진화는 안티프래질의 산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항상 최적화된 방식을 향해 가는 것은 아님.
일론 머스크가 이야기한 “원자적 생각”도 이를 염두에 둔 내용인 것 같고, “탁월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도 “점진적 개선”과 “생산적 개선”을 엄격하게 분리하고 있음.

진화 학습

AI 진영에서는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이라는 개념 외에 진화학습(Evolutionary Learning) 이라는 개념도 대두되고 있음. 자세하게 공부하진 않았지만, 여러개의 개체군들을 두고 진화시키면서 성능이 좋은 돌연변이를 찾아 다음 진화를 진행하는 방식이 대략의 방식. 유전 알고리즘과 진화 알고리즘이 이와 관련된 여러 방법론들임.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진화라는 것이 항상 “최적”의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아닌 것 같음. 이 “최적”이라는 것도 시대와 상황, 그리고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다른 것 같음.
최근에 GPT가 학습하는 방식에 대해서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Beam Search” 라는 개념에 대해 알게 됐음. → 바로 다음 토큰만 보는게 아니라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n개의 토큰들을 더 살펴보고, 이 토큰들의 흐름을 기준으로 가장 높은 확률을 지닌 다음 토큰을 선택하는 방식임.
진화가 점진적인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했을 때, 아무래도 당장 지금 살아남기에 유리한 방향의 선택을 하게 되었을 것임. 즉 바로 다음 토큰만을 예측하는 방식. 조금 더 내다보고 이후의 흐름이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예측하고 선택할 수 있다면, 그것이 조금 더 나은 방식의 개선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함.

그래서 낭만이란 무엇인가

낭만이라는 말은 처음부터 부정적이었다. 모든 낭만을 가르키는 말의 어원은 "로망"이다. 12-13세기 중세 유럽에서 발생한 통속 소설을 일컫는다.
대체로 용감한 기사와, 귀부인의 사랑 이야기가 무용담과 함께 어우러졌는데, 기사와 귀족 아가씨도 신부의 벽을 넘기 힘든게, 귀부인, 그것도 주군의 부인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많았다.
지금까지 진화과 발전, 최적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낭만이라는 주제가 이와 매우 상반되는 것 같으면서도 매우 관련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듬.
일반적으로 낭만이라고 하면 감동적인 것, 좋은 것 정도의 모호한 느낌이 드는데, 실제로 낭만을 영어로 표현하면 “Romance”이고, 이는 중세 로마 시대의 “기사도 정신”과 관련이 있음.
철저하게 나눠진 계급 사이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가리키는 것이 Romans 의 어원으로 알려져 있고, 이루어질수 없음에도 소망을 품는 것이 지금의 “낭만”으로 이어지게 된 것 같음.
이렇게 생각해보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 정도를 낭만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고, 이것은 최근에 읽었던 “감성과 지성으로 일한다는 것”에서 정의한 “문제”를 발견하는 방법과도 상충함. 즉, “이상”과 “현실” 사이의 차이를 다룬다는 것임
이러한 관점에서 내가 생각하는 낭만적인 사람은 이상을 꿈꿀 수 있어야 하고, 현실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상에 도전하는 사람임. 리버풀의 제라드가 그랬고, AS로마의 토티가 그랬다고 생각함.
이런 관점으로 생각해보면 신기하게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면 낭만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음. 그리고 낭만도 “길러질 수 있는 것” 이 됨.

Quotes

탁월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질문을 던져라. 그리고 가능한 한 오래 질문 안에 머물러라. 상황이 왜 지금 같은 모습인지 그 이유를 물어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질문하라. 질문하고 다시 질문하라. 가능한 답이 거대한 폭포수처럼 쏟아질 때까지 질문을 품고 지내라. 당신의 마음은 수천억 개의 신경망을 거쳐 튀어 오르고 울려 퍼지는 아이디어와 영감과 통찰로 가득찬 보물상자다. 때로는 그저 기다려야만 그 아이디어와 영감과 통찰이 눈에 들어온다. 기원전 6세기에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뜻밖의 연결은 뻔한 연결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라고 썼다. 뜻밖의 연결은 생산적 사고 프로세스의 핵심이다. 오래된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이 바로 ‘아하! 모멘트’(AHA moments)의 본질이다. 이것은 익숙한 것들 사이에서 (첫눈에는 낯설지만 나중에는 자명한) 연결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의 말마따나 “생각을 바꾸는 일과 바꾸지 않아도 됨을 증명하는 일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면 사람들은 하나같이 증명하느라 바쁘다.” 질문 안에 머무르고 모호함을 감수하며 알지 ‘못하는’ 상태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일은 우리가 키울 수 있는 아주 강력한 사고기법 중 하나다. 의문을 갖고 질문 안에 머무르면서 몇 번이고 질문을 던질수록 최종적으로 더 쓸모 있는 답이 나온다. 허버트 사이먼은 “초반에 나오는 아이디어는 아이디어라고도 할 수 없다”라는 말을 즐겨 했다. 이미 알고 있는 패턴을 토해낸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아이디어가 먼저 떠오른 이유는 의식 표면에 가까이 머물러 있기 때문일 뿐 생산적 사고와는 그다지 관계가 없다. 단지 그때 ‘기억이 났을’ 뿐이다.

Reference

사피엔스
일론 머스크
탁월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샘 올트먼의 생각들